[보도기사]
부상토 낙하 방지•예방 기술 나왔다
2022-01-17

금산시스템 개발… 특허 출원까지
와이어소켓 원형판, 스크루와 맞물려
부상토 90% 제거… 유지관리도 수월
작년말 H건설사의 경기 안산시 소재 건설현장에서 파일 기초작업 도중 관리자가 위에서 떨어지는 흙덩이를 맞아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천공기의 스크루에 낀 부상토가 관리자를 덮친 것이다.
2020년 S건설의 강원 현장에서는 부상토가 케이싱 용접을 하던 작업자의 머리 위로 낙하했다. 봉변을 당한 작업자는 즉시 응급실로 실려갔지만, 결국 숨을 거두었다.
부상토는 지반 기초작업 시 천공 과정에서 스크루 등에 묻어나오는 잔토를 말한다. 천공은 지하 최대 50m까지 진행되는데, 이 과정에서 지하수 등을 물기를 머금은 토사는 천공기 기둥에 달린 스크루에 달라붙는다. 문제는 스크루에 붙은 부상토가 바람 등으로 건조될 경우 작업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흉기’로 변한다는 점이다. 지상으로 나올 때는 진흙이지만, 물기가 제거된 흙덩이는 흡사 바위나 다름없다. 천공 작업 관계자는 “부상토 낙하 방지를 위해 일종의 빗자루 구실을 하는 와이어소켓을 단 굴착기로 스크루를 털어내고 있지만, 효과는 크지 않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이런 상황에서 부상토 낙하 사고를 예방하는 기술이 개발되어 화제를 모은다. 건설장치 제조업체인 금산시스템(대표 유호삼)이 개발한 ‘천공 스크루의 부상토 제거 장치(특허10-2226840호)’가 바로 그것이다.
금산시스템의 부상토 제거 장치는 기존의 와이어소켓에서 힌트를 얻었다. 다만, 기존 와이어소켓은 굴착기에 하나만 장착되어 스크루의 회전에 따라 부상토를 제거하는 반면, 금산시스템의 제거 장치는 20여개의 와이어소켓이 달린 원형판이 스크루와 맞물려 회전하면서 부상토를 쓸어낸다.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이치와 비슷하다.
더욱이 금산시스템의 제거 장치에는 와이어소켓 다발로 묶인 원형판 3개가 한 조를 이루어 회전하기 때문에 스크루에 묻은 부상토를 거의 남김없이 제거한다. 기존의 와이어소켓 굴착기의 부상토 제거율이 20% 정도에 불과한 반면, 금산시스템의 제거 장치는 90%를 상회한다. 와이어소켓 다발의 원형판은 굴착기 등 별도의 장치 없이 천공작업에 사용하는 보조리더에 부착시키면 된다.
원형판에 달린 와이어소켓 다발은 각각의 볼트로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필요 시 하나씩 교체할 수 있다. 유지관리도 수월한 셈이다.
기술 개발 계기는 흥미롭다. 개발자인 금산시스템의 유호삼 대표는 25년간 건설현장을 누빈 베테랑 항타 크레인 기사 출신이다. 2020년 9월 인천 삼성바이오로직스 현장의 기초작업을 앞두고 발주처 및 원청사에서 부상토 안전관리에 대해 골몰하자, 유 대표가 평소 가졌던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이 바로 채택됐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천공 작업이 완료된 지난해 5월까지 단 한 건의 부상토 낙하사고는 없었다. 이후 주변의 권유에 따라 특허를 출원했고, 특허가 나오자마자 회사까지 차렸다. 수십년간 풀지 못한 숙제를 현장의 작업자가 단번에 해결한 셈이다.
유호삼 대표는 “20년 넘게 항타 크레인 기사로 근무하는 동안 동료들이 부상토로 인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하는 것을 안타깝게 지켜봐야 했다”면서, “건설현장에 폭넓게 적용되어 더이상 부상토에 의한 사고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